지리산 종주 2!!!
역시 지리산 공기가 맑기는 맑은 모양이다.
산소량도 풍부하고....
어제 먹은 주량이 제법 되었음직도 한데 새벽 4시에 눈이 떠진다.
물론 부지런한 다른 팀들이 미리 출발준비하느라 배낭도 꾸리고 해싸니 부시럭거리는 소음 탓도 있었지만.....
어영부영 일어나서 화장실을 향하는데 무신 바람이 그리 쌩쌩 불어쌌는지....
휘이잉---- 휘잉.... 쐬엑.....
아이고 추버라...
문을 닫고 앉으니 아랫도리가 시원하다. 아니 써늘하다....
일단 햇반 둘에 라면 둘....
맛있는 조반을 들고 이제 슬슬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 길을 시작해봐???
그려... 지리산은 어머님의 품처럼 푸근한 산이여....
저 멀리 노고단 정상이 희끄므레 하게 보이고......
출발에 앞서 멋진 산행을 기원하며 승리의 표시.....
05:40분.
일단 노고단 정상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모두들 쌩쌩한 표정이다.
다른 일행들에 비해서 우리가 다소 늦은 출발이다.
이 사람들은 뭐할라꼬 이리 빨리 갔을꼬....
지리산이 어디 이사가는 것도 아인데 말이다...
06:00시.
노고단 마루 정상부 도착.
와우!!!
눈부신 태양과 새빨간 진달래 꽃....
여기가 노고단 마루다!!!
그러고 보니 우리보다 일찍 출발한 사람들은 바로 이곳에서 일출을 보느라 서둘러 올라왔던 것이다.
해발고도가 높으니 햇살은 더욱 눈부시고.....
김중기가 제일 멋지다.....
노고단 마루에서 단체사진 한 컷....
06:10분.
노고단을 넘어 다시 출발....
마루부위의 바람은 더욱 세차고 몸이 으슬으슬 추워온다.
새벽의 공기는 차디차고....
길 양옆에는 파아랗고 키가 자그마한 산죽들이 주욱 늘어서 우리 일행의 가는 길을 나란히 도열해 서있고....
진달래 터널이 나오는데 아직 이곳에는 진달래가 제대로 피질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철쭉과 진달래....
비슷하지만 서로 다르고 철쭉은 독성이 있어 잘못 먹으면 위험하고...
진달래는 꽃 먼저 후에 이파리가...
햇살이 훤하도다....
햇살에 빛나는 진달래 꽃.....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07:00시.
피아골 삼거리 도착.
말로만 듣던 피아골 삼거리.....
그런데 어째 산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내려간다.
이카다 다시 올라갈라카마 디기 힘들낀데....
그래서 지리산 종주길은 오르락 내리락한다 그랬던가....
07:10분.
임걸령 도착....
임걸령에서 일단 잠바를 하나 꺼내입는다.
아이고, 추버라....
그리고 바로 아래쪽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 한모금씩 마시고...
약수터에는 엊그제 내린 비의 영향인지 물이 아주 콸-콸-콸....
임걸령 통과 기념....
잠바를 하나 걸쳤더니 그나마 좀 살만하다.
맑은 5월에 이렇게 추우니 비라도 내린다면 얼매나 추울까....
하기사 나는 하도 추위를 많이 타니까 하의 내복까지 가지고 오긴 했지만....
웅장한 지리산길을 걷고 또 걷고....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2시간이 다 되어간다.
07:50분.
해발 1,498미터의 노루목 삼거리 도착.
멀리 보이는 지리산 제2봉 반야봉은 슬쩍 보는 것으로 일단락...
반야봉까지 오가려면 최소한 2시간 이상이 소요될 터, 그냥 가자 마!!!
노루목....
팻말을 보니 노고단에서 4.5킬로미터 왔네 그려...
산길 10리라, 결코 가까운 길은 아니지...
계속되는 산행길 바로 곁에 동그랗게 잘 가꾸어진 분묘 한 기가 누네띠네...
아니 이렇게 높은 곳에 분묘를 쓰다니.
아마도 지리산을 좋아하던 분이 돌아가시고 또 지리산을 사랑하는 그 후손이 이곳에다 분묘를 썼나보다.
그런데 성묘를 한 번 하려면 정말로 1박 2일이 소요되겠네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모두들 크게 한 번 웃음보를 터뜨리고....
햇살도 어느 정도 따스해지고 이젠 살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며.....
이제 살만하다 이거지???
야, 우리가 저 머-언 길을 걸어왔다 이거네....
산은 크고..... 꽃은 좋고.....
지리산이 전라남도, 북도 그리고 경상남도에 걸쳐져 앉아 있는 산인데...
그 지점이 바로 삼도봉이다.
08:20분.
그 삼도봉 도착.
우리는 경상남도 방향을 보네 그려.....
지리산의 지점 표식주에는 "지남", "지북", 그리고 "지리" 그런 식으로 표기가 되어있는데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의미다.
지남은 지리산의 전남쪽.... 그래서 119 신고전화도 061-119...
지북은 지리산의 전북쪽.... 그래서 119 신고전화도 063-119...
지리는 지리산의 경남쪽.....그래서 119 신고전화도 055-119....
지금까지의 표식주는 "지남"이었는데 삼도봉을 지나고부터는 "지북"으로 바뀌었다.
해발 1,550미터의 삼도봉을 지나고 또 다시 아래로 아래로 내려 걷는다.
언제까지 내려가려나???
아따, 산골짜기 디기 깊제???
이제 슬슬 힘도 드는구나...
폼은 광유가 최고구만....
상효하고 중기... 선글라스 짱!!!
08:50분.
화개재 도착.
좌로 가면 반선, 뱀사골 가는 길...
우리는 조금 우측 연하천 산장 방향으로 가야한다.
연하천까지는 아직도 10리 길이네 그려....
여기서 물물교환도 하고 그랬다네요.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서 뭐 그런 것까지.....
자, 지금까지는 우예 우예 잘 내려왔는데....
내려온 딱 그만큼 다시 올라갈라카이 에고 힘들어라.....
일단 초코렛 한 개씩 묵고 힘을 비축하고....
뭘 좀 쓰려고 볼펜을 찾으니 어라!
끄네끼에 끼워 놓았던 볼펜이 도망가버렸네 그려.
힘이 들어서 흔들다 떨어졌나???
전투예비량(?)으로 가져온 볼펜을 배낭에서 꺼내어 다시 시작이라...
09:35분.
해발 1,534미터의 토끼봉 도착.
토끼처럼 생긴 것인지 아니면 토끼가 하도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토끼봉 아래 위로는 아름다운 분홍물결의 진달래 군락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주 멋진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아마도 몆 년전에 강화도 고려산에서 진달래 군락을 보고는 아주 모처럼 인 것같은데....
아이고 다리, 허리, 무릎이야...
우리도 이 봉우리 이름처럼 토끼 맹크로 빨리 뛰어갔으면 좋으련만....
노고단에서 8.1킬로미터에 연하천산장까지는 아직도 2.4킬로미터가 남았으니 우야마 좋노???
그래도 우리는 "무한! 도전!" 아이가.....
이 포즈!!! 우리 넷이는 무슨 의미인지 아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알랑가???
자, 다시 연하천 산장을 향하여 출발...
참으로 지루하고 멀고도 먼 오르락 내리락 길...
아침 먹은지는 벌서 한참을 지났고 힘은 빠지는데 이 놈(?)의 길은 왜 끝이 없는 것이여???
그러나 지까이께 가다 보면 끝이 안있겠나...
가보자고....
11:05분.
드디어, 드디어 연하천 산장 도착....
와!!!
중기야, 기쁘제???
지리산이 한 눈에 쏙 들어오네요.....
이곳에도 바람은 씽씽 불어오고....
버너에 라면을 끓이려는데 바람때문에 화력이 여-엉 시원찮다.
배낭으로 가리고 어쩌고 해보지만 역시 역부족...
그런데, 바로 그 때!!!
어제 노고단 산장에서 우리 보드카 네다바이 했던 친구가 나타나서 바람막이를 지원해주네요.
역시 서로 돕고 사는 법....
덕분에 라면도 빨리 익히고....
햇반을 다 꺼내서 냄비에 넣고 물 조금 부어 밥하듯이 했더니 아주 잘 익을 뿐만 아니라 누룽지까지 살짝 눌어 상효가 맛있게 잘 긁어(?) 묵네요.
광유는 햇반 밥짓는 방법을 자기가 개발했다고 자랑(?)해쌌코....
새끼 팩쐬주를 어제 분명 6개 샀는데 한 개가 여-엉 보이지를 않는다.
거울을 보고 혼자 고스톱을 쳐도 계산이 맞지않는다 카더니 이건 뭐 배낭 속에 있어봐야 무거운 짐밖에 안될텐데도 나타나질 않으니 어쩔 수가 없네요.
밥과 라면을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한 잔.....
산장에서 먹는 진 향의 커피 맛....
느그들이 커미 믹스 맛을 알어???
그런데 어제 만난 그 친구는 산장에서 신라면을 사와서 그냥 끓인다.
배낭 크기는 장난이 아니던데...
그러면서 그 친구 하는 말 왈!!!
지리산 올 때는 자기가 먹을 쐬주하고 돈만 들고 오면 된다카네요.
왜냐하면 돈이 햇반이나 라면보다 훨씬 가볍다나 뭐라나....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돈은 가볍고 짐은 무겁도다....
배가 부르니 흡연욕구 급상승이라....
그런데 흡연구역이 보이질 않으니 참을 수 밖에....
잔반을 처리하려고 잔반통으로 갓더니, 아 글쎄....
바로 그 옆에 "흡연허용구역" 팻말이 자그마하게 세워져 있고 재털이용으로 쪼매한 깡통이 달랑 매달려 있네요.
내사마 얼매나 기쁘던지...
냄비를 내려놓고 에쎄 일발장전!!!....
중기가 한마디 거든다.
혜공! 봐라....
역시 착한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카이....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니 모두들 짐을 정리하는데, 상효가 코펠 큰뚜껑 어디갔는지 찾고 잇다.
그 큰 뚜껑이 지 발로 가긴 어딜 가겠노...
알고보니 비닐 봉다리 밑에서 얌전히 누워있는 것을....
여러분, 등산 시 코펠 뚜껑 분실에 유의하세요....
12:25분.
자, 다시 출발....
햇볕도 좋아 등 따시고 배부르니 부러울 게 그 무어냐...
거기다가 상효가 핸드폰으로 음악까지 곁들이니 그 참 신선놀음이 별거더냐....
박인희의 "끝이 없는 길", 양희은의 "한계령" 등등...
그런데 지금은 그리 듣기 좋던 "끝이 없는 길"이 나중엔 그리 피곤한 노래가 될 줄은 정말이지 그 때는 미처 몰랐답니다.
오르막 길을 막 올라챘는데 파아란 하늘이 너무 이쁘네요.....
힘은 들어도 즐거움은 말할 수 없이 크지요???
아!!! 지리산이여......
1박 2일과 무한도전이 함께 어우러져.....
여기는 완전 1박!!! 2일!!!
잠시 후 조금 쉬고 있는데 젊은 친구 한 명이 씩씩하게 걷고 있네요.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니 새벽에 화엄사에서 올라왔다는데....
피곤한 기색이 별로 없어 참 잘 걷는다고 하였더니, 이 친구 왈...
그기 아니고 세 명이 왔는데 두 명은 먼저 가버리고 자기는 뒤쳐져서 억지로 따라가고 있다네요.
그래서 제가 한 마디...
친구들을 만나면 "오다가 반달곰을 만났는데 의리 없는 친구들 하고 같이 댕기지 말라" 카드라고 이야기 하라고.....
위의 젊은 친구가 이 사진 한 장 박아주고 떠나고....
13:45분.
형제봉 도착....
높다란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서서 우애를 나누는 모습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는가...
흰구름과 높은 바위, 그리고 소나무까지 아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저기 올라가면 위험할낀데.....
우리 상효가 기어이 올라갔네요.... 만세!!!
그래...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만 빼놓고 너거끼리 잘 묵고 잘 살아라....
내 혼자 앉아서 쉬고 있는데 국립공원 관리직원이 가면서 한마디 하네요.
작년에 거기 사진 찍으러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다시 몰 수 없었다고....
그런데, 야-아들이 그 위에서 한 참 시간을 보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광유가 큰 일 날 뻔 했다카네...
경치가 좋은 곳에서 사진 한 방 박을라카다 주목 고사목을 짚었는데 그기 그냥 휘어지는 바람에 운동신경 좋은(?) 광유 아니었으면 바로 가뿠다 카드라....
상효는 그런 광유를 "아! 바로 보낼 수 있었는데..." 그카고....
광유는 왈 "나도 그냥 가고싶었는데..." 또 그카니 또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 하고서 다시 출발....
살아서(?) 내려온 기념으로......
룰루랄라, 또 가보세...
이제는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냥 걸어만 간다.
그러면 또 중간 목적지가 나오겠지 뭐.....
벽소령 산장이 이제 1.5킬로미터 남았네....
자, 빨리 빨리 가보자고....
14:40분.
벽소령 산장 도착...
나는 박소령인데, 니는 벽소령이냐???
광유도 이제 조금 힘이 드는가 보네...
조그마한 우체통이 이쁘게 매달려 있네요....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거리는 6.3킬로미터...
소요시간은 3시간, 혹은 4시간 의견이 분분하다.
앞에 보니 배낭크기가 우리 키만한 것을 휴대하고 다니는 전문 산악맨이 4시간을 잡아야된다꼬...
지금 출발해서 18:00시까지 도착 못하면 산장 예약이 취소되니 잘 해야된다고...
미리 산장에 전화해서 벽소령에서 지금 출발하니 취소하면 안된다고 주문을 해라고 코치하네요.
그래서 우리의 상효가 일단 세석산장에 전화해놓고서....
저기 커다란 배낭 함 보이소....
저런 것을 우예 들고, 아니 메고 다니는지....
혹시 밑에 바퀴가 달려서 끌고 댕기나???
자, 앞으로도 한 4시간을 잘 버텨보자구....
그런데, 여기서 부터가 진짜 종주다운 종주인데........
내가 하도 힘이 들어서 조금 쉬었다가 게속 해야겠네요.
사진도 너무 많이 올라있고....
오늘은 여기까지!!!
2011년 5월 17일 오르그라 혜공 박용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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