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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스크랩] 지리산 종주 3!!!

by 도화유수 2018. 11. 7.

지리산 종주 3!!!

 

벽소령에 도착하니 어느새 나는 많이 지쳐있었고....

약수를 받으려고 식수대를 찾으니 저 아래 한 70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네요.

결국은 물 받기를 포기하고....

그런데 중기는 혼자 가서 물을 떠오기는 했는데 그 70미터가 그리 멀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하네요.

지금까지 걸어온 한 15킬로미터 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고.....

아, 그러고보니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는 거리에 비해서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그 놈(?)의 울퉁불퉁한 돌 길이 왜그리도 험하든지...

역시 지리산 종주는 멀고 먼 고행 길이여....

 

14:55분.

벽소령 산장에서 세석 산장을 향하여 힘든 발걸음을 옮긴다.

발바닥은 화끈 거리고 발목은 시큰 거리고 어깨는 뻑저지근하고 허리는 얼얼하고 다리는 뻐근하고....

 

 

깊고 깊은 산골짜기....

 

 

아직도 승리의 브이가 나오제???

 

 

광유야!!! 우리가 저-어기서 왔다 이말이가??? 

 

15:50분.

선비샘 도착.

물이 콸콸흐르고 세석 방향에서 먼저 온 부부(?)가 시원스럽게 세족을 마치고 우리에게 자리를 빼준다.

우리도 어디 한 번 세수하고 발딲고 한 번 해봐???

 

아이고, 시원하다....

 

젊은 청년 혼자서 커다란 배낭을 메고 비박(야영) 준비까지 갖춘 채 참 부지런히도 잘 걷는다.

우리야 웃고 떠들면서 간다하지만 그 친구는 혼자서 우리 일행이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꾸역꾸역 잘도 간다.

우리가 세족하는 사이에 그 친구는 또 우리를 앞질러 가고....

이거, 이 친구 우리를 강력한 경쟁상대로 보는거야 뭐야???

 

선비샘은 이 샘에서 물을 떠서 마시려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여야 하고 그 자세는 바로 그 앞에 있는 돌무덤에 절을 하는 형상이라...

예전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돌무덤을 써달라고 했다는데...

지금이야 뭐, 우리에게 발을 씻어 피로를 확 풀 수 있도록 해준데 대한 고마움만 진하게 느낄 수 밖에....

선비샘이라...

지리산에서의 좋은 추억이리라....

 

 

엎드려 절받기야, 뭐야???

 

처음에 본 부부같은 두 분에게 한마디 거든다.

아, 두 분은 부녀지간이세요??? 하니 그 아줌마, 냉큼 네!!! 하고 대답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러나 그 여자분 기분이 좋아진 것은 완전 사실...

그저 젊고 이쁘다고 하면 만사 오케이...

그려...

돈 안들이고 남을 기분좋게 해주는데 뭐 얼마나 좋으냐고요...

그게 또 작업용(?) 멘트이기는 하지만....

 

16:10분.

다시 선비샘을 출발한다.

족탁으로 인하여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지니 콧노래가 흥얼흥얼....

 

 

아래쪽 산들을 바라보니 저 아래쪽의 푸르른 녹색과 위쪽에 아직까지 이파리도 돋아나지 않아 희뿌연 회색이 공존하고 있다.

아래쪽에는 초여름이요 위쪽에는 아직 늦겨울이니 녹색과 회색의 경계가 아주 뚜렷하구나.... 

 

 

녹색과 회색의 경계에서........

 

앙상한 진달래 꽃이 드문드문 있는 너른 공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곳 지리산 길엔 무슨 무슨 산악회니 하는 알록달록한 리본이 한 개도 보이질 않는다.

누가 일부러 떼어낸 것 같지는 않으니 아무도 갖다 붙이지를 않았다는 뜻일텐데....

길이 외길이라 갈림길에서의 표식이 필요 없었을 것도 같고....

장엄한 지리산에 그런 것을 갖다 붙이기가 쑥스러워 안붙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깔끔해서 좋다.

일반적인 산에는 그 리본이 무지무지 많은데....

 

 

 

 

 

중기야!!!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하품할라카마 손으로 입을 가려야지....

 

모두들 조금씩은 피곤한 모양이다.

혜공은 특히 더하고....

 

 

아이고, 죽겠다....

아직도 세석은 2.7킬로미터 남았네 그려...

 

걷고 또 걸어보자.

 

 

야-아들 서이는 아직 쌩쌩한 것 같은데....

혜공만 와이카노....

 

 

영신봉을 하나 더 넘어야 세석 산장이 나오는 모양인데...

아마 여기는 삼신봉인 모양이다.

봉우리 이름은 없지만....

 

가도 가도 오르막 그리고 계단...

야, 이 먼 길을 언제 갈 수 있으려나...

배는 고프고 힘은 점점 더 빠지고...

옆에서는 힘내라, 힘!!! 해쌌는데 힘이 나야 내지.....

아까 벽소령에서 초코파이라도 좀 사올껄 그랬나봐...

가다가 쉬고 쉬다가 가고를 반복...

이거 혜공이 민폐라도 끼치면 큰 일인데....

 

 

보기에는 푸근한 어머님 품같은데...

걸어보니 까칠한 돌멩이 아이가....

 

 

뭔 바위덩어리 하나가 툭 튀어나와 있노???

 

 

아이고... 세석 산장까지는 아직도 1.4킬로미터나 남았네....

우야마 좋노???

 

참말로 지겹다, 지겨워....

우-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지리산이었건만 지금은 완전 아이다 싶다.

에고 에고....

 

 

그러나, 함 봐레이....

지리산이 아니고 또 어디서 이런 멋있는 광경을 볼 수 있겠노???

 

역시 지리산에 오길 잘했다 싶다.

뭐, 이리 기분이 오락가락 하느냐고???

배고프고 다리 한 번 후들거려봐라...

다, 그리 된다카이....

 

 

파아란 하늘, 그리고 깊고 깊은 골짜기....

이런 것을 보고 장관이라고 하던가......

 

 

이제는 1박 해도 2일하면서 손가락  올릴 힘도 없제???

 

 

 

멋있다........

 

 

꽃을 보니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지.....

뒤에 높은 봉우리가 보이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다 와가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힘!!!

 

 

자, 아름다운 지리산 진달래 한아름이요.....

 

한 쪽에 쪼글시고 앉아 조금 쉬려는데 상효가 주머니에서 초코렛 두 개 발견....

한 개는 내가 묵고 또 한개는 반 나눠서 중기하고 상효하고...

광유야 니는 없다.

니는 인격(볼록한 배를 지칭함)이 있으니까...

고거 한 개 묵었더니 그나마 살 것 같다.

그래봤자 얼마 가지 못해 또 힘이들기는 하지만....

 

 

18:20분.

야, 드디어 영신봉에 도착했다.

아니 영신봉이 얼마 먼 것 같지 않았는데 이렇게 힘이들 수가 있나 그래....

영 신통찮은 봉우리가 영신봉인지....

진짜 힘이드네 그려....

 

 

 

이제 드디어 세석 600미터라....

 

이제야 어지간히 안가겠나.

포복해서라도....

빨리 가서 밥하고 라면 좀 묵어보자...

아이고 배고파라...

 

 

저 멀리 세석 산장이 보이니 힘이 절로 솟는다...

 

진작에 좀 나타나시지...

모두들 발걸음이 한결 빨라지는 듯하고....

 

18:30분.

드디어 세석 산장 도착.

 

취사장 내부는 자리도 없고...

바깥에 전을 펼치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게 차다.

이젠 또 추위와의 싸움이런가...

그래도 일단 묵고 보자구...

 

 

엑스 오 양주 한 병....

이 놈의 술 병이 왜그리 무겁던지...

이것을 진작 풀어서 먹어치웠어야 했는데....

모든 친구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아이고, 혜공 무겁다고 진작 이야길 하지....

그러나 그럴 기회가 있었어야지....

 

하늘엔 2/3쯤 되는 보름 달이 훤히 비쳐주고....

북어/미역국에 햇반으로 일단 주린(?) 배를 채우고....

추가로 신라면이요....

날은 춥고 몸은 피곤하고 양주 한 잔에 피로가 휘감겨 온다.

 

 

이 세석 산장을 찾아서 그리도 먼 길을 걷고 또 걸어서 왔다 이거지....

 

 

세석 산장 앞의 촛대봉에는 어둠이 어둑어둑 깔리고.....

 

 

자, 또 오르그라!!! 오르그라!!! 오르그라!!! 야!!!

 

20:30분.

지리산에서의 둘째 날도 이렇게 정리가 되네요.

1인당 모포 두 장씩 챙겨서 2층으로 가서 자리잡아보세나....

 

이 표 쪼가리가 없으면 바로 비박(야영) 신세.....

 

고단한 몸을 누이면서 오늘 하루 지리산의 장엄한 광경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신 신령(?)님과 친구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곤히 하늘나라로.....

 

         2011년 5월 17일     혜공 박용운 올림.

 

 

 

 

 

 

 

 

출처 : 계성 62회 동기회
글쓴이 : 박용운(123qkrdyddns)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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