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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활동

장자 - 끝없는 물음의 철학이야기 1부

by 도화유수 2018. 4. 29.

<성균관대학교 금잔디광장에서 본 전경. 검정건물(호암관)뒷편이 우리 수업장소인 퇴계인문관이다.>




[성균관대] 장자 - 인문 광장에 펼친 끝없는 물음의 철학이야기

     강사 이현구                                       신청기간 2018.03.14 ~ 2018.03.31

    교육장소 퇴계인문관 31511강의실         교육기간 2018.03.30 ~ 2018.06.01

    정원 50명                                            강의시간 매주 금요일 오전 10:00~12:00


▶ 개요

제1부: 장자 - 우주와 정신의 비밀을 전하다

   1.  3/30 物化 - 호랑나비가 된 장자           이현구(성균관대 초빙교수)

   2.   4/6 宇宙 - 시간과 공간, 전체와 부분   이현구(성균관대 초빙교수)

   3.   4/13 是非 - 앎에 대한 많은 물음들      이현구(성균관대 초빙교수)

   4 .  4/20 生死 - 장자, 해골과 대화하다      이현구(성균관대 초빙교수)

   5 .  4/27 名家 - 장자의 말 벗, 惠施            이현구(성균관대 초빙교수)


3월30일. 지난 학기 노자강좌에 이어 이현구 교수님의  강좌를 선택했고 기대에 찬 첫 수업이 시작된다.





제1부: 장자 - 우주와 정신의 비밀을 전하다

제1강 物化 - 호랑나비가 된 장자

노자와 장자의 사상의 연원을 따져 보면 주나라 혼란기에 세상을 버리고 숨은 선생들, 곧 은자 무리에 이어진다. 은자들은 고대제국의 형성과정에서 발생한 도시화와 중앙집권화에 대하여 개인의 자유를 지키려 하였고, 몰락귀족이나 농민을 대변하는 정치적 입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이바장을 특유의 역설적 표현으로 다른 학파와 대결한 것이다.

장자의 문장은 웅대하고 자유분망하며, 설득력있는 비유로 상식을 깨뜨리고, 끝없는 환상과 꿈의 세계로 독자들을 몰고 간다. 이 책의 독특한 표현형식 때문에 장자는 중국의 문학과 예술에 상상력과 창의성을 제공한 마르지 않는 샘의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장자]라는 책은 자유분망하고 잡다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내면에 깔려있다. 그것은 道, 無爲, 自然등의 개념으로 표현된 사상이다. 이러한 용어는 노자도덕경에서도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노자와 장자를 도가(道家)학파의 대표로 꼽는다.

莊子는 이름이 周이고 송나라 출신으로 알려지지만 생애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명가학파의 혜시(惠施)와 아주 친밀했다는 것이 [장자]책에서 드러나는데 혜시는 위나라에서 벼슬을 했고 맹자와 비슷한 시기의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장자]에는 장자가 왕의 초빙을 받을 정도로 현자로 알려졌지만 초야에 묻혀 살기를 선택하였고, 살림이 가난하여 양식을 꾸러 다니기도 했다는 이야기, 아내가 죽었을 때 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장자]에 실린 이야기는 우화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장자]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낸 작품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이번 강좌에서는 장자가 우리에게 열어준 세계가 꿈과 연관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그의 광대한 정신세계를 느긋하게 노닐면서 이것저것 질문해 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꾸미고자 한다.

1. 莊周夢爲胡蝶장주몽위호접 - 호랑나비의 꿈

-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나는 호랑나비였다. 제맘대로 날아다니니 장주인 줄 몰랐다. 문득 꿈에서 깨니 뻣뻣한 장주였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 알지 못하겠다. 장주와 나비는 분명히 구분이 잇다. 이것을 物化라고 한다.

2. 鯤鵬곤붕이야기 - 아주 큰 세계가 있다.

- 북족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은 곤이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 변화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이 붕이다. 붕의 등은 몇천리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

3. 조與學鳩笑之조여학구소지 - 평범한 관점에서 보면 우스운 이야기들

- 들판에 놀러가는 사람은 세끼를 먹고 돌아와도 배가 든든하지만 백리를 갈 사람은 밤새워 식량을 찧어 준비하고, 천리를 갈 사람은 석 달 동안 양식을 모은다.

4. 蟪蛄不知春秋혜고부지춘추 - 여름 한철인 매미는 봄가을을 모른다.

- 저 매미와 비둘기는 또 무엇을 알겠는가. 小知는 大知에 미치지 못하고 小年은 大年에 미치지 못한다.

5. 聖人無名성인무명 - 성인은 이름이 없다.

- 바람을 타고 다닐 수 있는 열자보다 더 경지가 높은 至人 神人 聖人들의 세계가 있다.

성공과 실패,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전쟁터 같은 세계가 전부가 안니다. 이제 다른 세계로 드어갈 준비가 되었다. 당신이 매달려있던 그 세계는 아무것도 아니다.

6. 許由辭讓天下허유사양천하 - 천하가 별 의미가 없는 사람들

- 予無所用天下어무소용천하 : 나는 천하를 가지고 할 것이 없다

- 尸祝不越樽조 시축부월준조 : 신주는 제사상을 넘어가지 않는다.

7. 신선 세계 이야기

- 막고야산에 神人이 살고 있는데, 피부가 빙설같고 부드럽기가 처녀같다네.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을 마시고 이슬을 먹으며, 구름을 타고 난ㄴ 용을 부리며 사해 바깥을 노닌다. 그 정신이 응취하면 만물이 병들지 않고 곡식이 잘 익는다고 하네. 그래서 나는 이 말이 허황하여 믿지를 못하네.

그들은 티끌이나 쭉정이로 요순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네.

월나라에 가면 사람들이 문신을 하고 관을 쓰지 않으니 모자 잘 만드는 기술은 거기에선 아무 쓸모가 없다네.

8. 無用之用 - 쓸모없다는 생각을 바꿔 보라

- 너무 커서 무용한 박 이야기

- 손 안트는 약 이야기

9. 大而無用 - 커서 쓸모가 없다고?

- 장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너구리나 살쾡이를 보지 못했는가. 몸을 납작 엎드려 나오는 놈을 기다리다 동서로 뛰며 높고 낮은 담을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달리다가 덫에 걸리고 그물에서 죽는 다네. 지금 斄牛이우는 하늘에 구름과 같이 커서 일을 잘하지만 쥐는 잘 잡지 못하지.

   

4월 6일.  



  제2강 宇宙 -시간과 공간, 전체와 부분

우리가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것들이 도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가소롭다. 9만리를 솟아올라 보면 두 나라의 전쟁이라는 것이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다투는 꼴이다. 싸우는 자들은 서로가 제잘났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은 존재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도의 입장에서 보면 똑같다. 모든 존재는 제각기 자기 자리가 있고 그 생긴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모두 도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물은 평등하다. 무엇이 더 가치 있고, 어떤 사람이 더 잘났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은 점수를 매기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리고, 이득과 손해를 따진다.

도는 자연이고 인간은 인위다. 그러므로 인간 세상에서 뛰어난 사람, 출세한 사람은 도의 세계에서는 못난 사람이 된다. 자연에 가장 벗어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사회의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면 틀리게 된다. 쓸모 없는 사람이란 있을 수 없다. 쓸모 있다와 없다를 구분하는 것은 도가 아니라 인간의 생각이다. 도의 입장에 서서 보면 모든 존재는 존재할 가치가 있다.

인간은 무한히 큰 시공간의 세계 속에서 끝없이 변해가는 만물 가운데 하나로 살다가 죽는 존재다. 상하사방을 宇라 하고 고금왕래를 宙라 하였으니 우주는 이 시공간의 최대를 말한 것이다. 인간이 작은 존재이면서 우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20세기 양자역학의 탄생과 진화론의 유행은 전체와 부분, 진화론 논쟁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수천년 전의 장자에 이런 주제의 질문이 다루어졌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번에는 이와 관련된 물음을 골라 본다.

1. 만물은 機에서 나와 機로 들어간다.

- 열자가 여행을 떠나 길에서 밥을 먹다가 백년 묵은 해골을 보고 쑥대를 뽑아 해골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와 그대만이 그대가 아직 완전히 죽지도 않고 아직 轉生(전생)하지도 않은 것을 알고 있으니 그대는 과연 슬퍼하고 나는 과연 기뻐하고 있는가.” 씨에는 미묘한 작용이 있고 물을 얻으면 계라는 수초가 되고 물가의 습지에서는 청태가 되어 개구리와 조개의 옷이 되고, 언덕에 생기면 질경이가 된다. 질경이가 거름더미 속에서 자라면 오족이라는 독초가 되고, 오족의 뿌리는 너무굼뱅이가 되고, 그 입사귀는 나비가 된다. 나비는 곧 변해서 벌레가 되고 부뚜막 밑에서 생겨난다. 그 모습이 막 껍질을 벗은 것과 같은데 그 이름을 귀뚜라미라고 하니, 이귀뚜라미는 천 일 정도 지나면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간여골[까치 또는 비둘기의 일종]이라고 한다. 간여골의 침은 사미[쌀벌레]가 되고, 사미는 사혜[눈에놀이 벌레]가 되다. 이로 벌레는 눈에놀이 벌레에서 생겨나고, 황황벌레는 구유 벌레에서 생겨나고 무예 벌레는 부권 벌레에서 생겨난다. 양해 풀은 더 이상 죽순이 생기지 않는 구죽과 교합하여 청녕이라는 대뿌리벌레를 낳고, 청녕 벌레는 외뿔에 꼬리가 다섯 달린 정이라는 짐승을 낳고, 정은 말[원숭이]을 낳고, 말[원숭이]는 사람을 낳고, 사람은 또다시 機(기)로 들어가니 이처럼 만물은 機(기)에서 나와 모두 機(기)로 들어간다.

2. 세계는 누가 움직이는가?

- 누가 이 천지를 주관하고 누가 이 천지를 질서있게 유지하는가. 누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게 하는가. [天運]

3. 우리 몸의 주재자는 있는가?

- 우리 몸은 어떻게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총지휘하는 무엇이 있는가.

천지자연의 기운은 바람으로 나타내어지기도 하지. 잠잠할 땐 모르지만 한 번 일었다. 하면 온갖 구멍이 요란하게 울어대거든. 높은 봉우리에 백 아름드리 큰 나무 구멍은 코 같고, 입 같고, 귀 같고, 술잔 같고, 절구 같고, 깊은 웅덩이 같고, 얕은 웅덩이 같은 갖가지 모양을 하고, 물 튀는 소리, 화살 소리, 꾸짖는 소리, 물마시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동굴소리, 새 울음소리 등 갖가지 소리를 만들어 내서는 앞에서 우우하면 뒤에서 우우 화답하지. 산들바람에는 가볍게 화답하고 건센 바람에는 크게 화답하다가 마침내 사나운 바람이 잔잔해지면 모든 구멍은 고요해지지.“

제자가 말 했다.

“그럼 땅의 피리소리는 여러 구멍의 소리이고 사람의 피리소리는 악기 소리군요. 그럼 하늘의 피리소리는 무언가요?”

스스이 묻는다.

“수 많은 바람이 불어 수 많은 소리를 내니 모두 자기만의 소리를 취하는구나...

그럼 그렇게 성내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4. 宇宙(우주)를 보고 太虛(태허)에 노닌다.

- 언어 지헤를 넘어서면 우주를 보고 태초를 알며 곤륜을 넘어서 태허에 노닌다. 도의 세계는 언어 지혜를 넘어서 있다.

5. 道(도)는 사사물물에 있다.

- 도는 초월적인 것이 아니고 사물에 내재되어 있다.



4월13일



   제3강 是非(시비) 앎에 대한 많은 물음들

공자는 “하늘이 나에게 德(덕)을 주셨다.”고 하셨다. 맹자는 사람이 갖춘 덕을 네가지로 보았다. 仁義禮智(인의예지)다. 이 덕들이 감서으로 피어나면 마음에 표현된다. 지혜는 是非之心(시비지심)으로 피어난다.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내고 판단할 수 있는 천성이 사람에게 주어져 있다는 뜻이다. [대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올바름을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몇 조목으로 열거하였다. “자신이 성내고 노여워함이 있으면 올바름을 얻지 못하고, 두려워함이 있으면 올바름을 얻지 못하고, 애호하고 좋아함이 있으면 올바름을 얻지 못하고, 근심 걱정함이 있으면 올바름을 얻지 못한다.”고 하였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네 가지 우상으로 인간 지성을 가리는 사례를 설명하였다.

[1]동굴의 우상 - 플라톤의 『국가론』 제7권의 소크라테스의 비유로부터 인용한 용어. 개인적인 특성 때문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않는 편견으로 동굴에 묶여 있는 폴들과 마찬가지로, 넓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 이것은 타인의 지각이나 경험과 비교함으로써 정정될 수 있다.

[2]종족의 우상 - 인간의 정신이 균일한 실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선입관 때문에, 협소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에, 감각이 무력하기 때문에, 인상을 받은 방식 때문에 생겨난다. 새는 우는가 노래하는가.

[3]시장의 우상 - 인간 상호 간의 교류와 접촉에서 생기는 우상. 인간은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하는데, 그 언어는 일반인들의 이해 수준에 맞추어 정해진다. 여기에서 어떤 말이 잘못 만들어졌을 때 지성은 실로 엄청난 방해를 받는다. 어떤 경우에는 학자들이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할 목적으로 새로운 정의나 설명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태를 개선하지는 못한다. 언어는 여전히 지성에 폭력을 가하고, 모든 것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인간으로 하여금 공허한 논쟁이나 일삼게하고, 수많은 오류를 범하게 한다.

[4]극장의 우상 - 철학의 다양한 학설과 그릇된 증명 방법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생기게 된 우상. 지금까지 받아들여지고 있거나 고안된 철학 체계들은, 생각건대 무대에서 환상적이고 연극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각본과 같은 것이다. 현재의 철학 체계 혹은 고대의 철학 체계나 학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은 각본은 수없이 만들어져 상연되고 있는데, 오류의 종류는 전혀 다르지만 그 원인은 대체로 같다. 철학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구태의연한 관습과 경솔함과 태만이 만성화 되어 있는 여러 분야의 많은 요소들과 공리들도 마찬가지다.

장자는 지식과 언어의 맹점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런 논의를 회의론, 상대주의, 양시양비론 등으로 말하지만 도의 세계인 절대적 경지에서 언어 지식의 한게를 보여준 사례들이다. 우리가 안다는 것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장자에게 들어본다.

1. 孰知正味(숙지정미) - 누가 바른 맛을 알고 있는가?

- 사람은 고기를 먹고, 고라니와 사슴은 풀을 뜯어 먹고, 지네는 작은 뱀을 즐겨 먹고, 올빼미와 갈까마귀는 쥐를 잡아먹는다. 이 넷 중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맛인지 누가 알겠는가? [제물론]76

2. 罔兩問景(망량문경) - 곁그림자가 그림자에게 물었다.[지식의 무근거]

- 그림자가가 대답했다. “난 의지할 그 무엇이 있어서 그런가보네. 내가 그렇게 의지하는 것도 그렇게 의지하도록 만드는 또 다른 무엇이 있어서일 거야. 내가 믿고 의지하는 것은 뱀의 비늘인가. 매미의 날갯죽지인가?” [제물론]85

3. 知之所不知(지지소부지) - 앎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 지식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앎이 모르는 바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則陽(칙양)]693

4.古人之糟魄(고인지조백) - 책은 옛사람들의 찌끄러기

-수레바퀴 만드는 목수가 제나라 환공에게 강의하다. [天道]364

5.聰明危殆(총명위태) - 총명은 위태로운 것

- 총명과 지헤는 위태로운 것인데 이를 보배로 여기니 슬프지 아니한가. [서무귀]619

6. 知爲大盜(지위대도) - 지식은 나라를 훔치는 대도에 봉사하였다.

- 좀도둑만 보지 말고 큰 도둑을 보라. 지식이 큰 도둑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다. [거협]267

7. 井蛙不可語海(정와부가어해) -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다.

-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공간의 한계 때문이다. 여름 사는 벌레에게 얼음을 말할 수 없는 것은 시간의 한계 때문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선비에게 도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가르침의 한계 때문이다. 서울 우주 안에 있는 것은 큰 창고에 곡식 한 톨과 같다. [추수]418

8. 俱亡其羊(구망기양) - 둘 다 그 양을 잃어버렸다.

- 독서 때문이든 오락 때문이든 양을 잃은 결과는 같다. [변무]250

9. 象罔得珠(상망득주) - 흐릿한 상망이 보옥을 찾아내다.

- 언어 지식 총명은 도에 들어가기 어렵다. [천지]314

10. 渾沌死(혼돈사) - 혼돈의 죽음

- 혼돈은 몸일 때는 너무나 유쾌했다. 밥먹고 오줌누는 번거로움도 없었다. 어쩌다 누구에게 구멍이 뚫렸는가. 그래서 이제 아홉 구멍이 생겼다. 날마다 입고 먹고, 해마다 세금 걱정, 한 푼의 돈에 천 사람이 다투고, 와글와글 모여서 목숨걸고 소리지른다. [당나라 寒山(한산)]235

11. 安知魚樂(안지어락) -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아는가? [추수]442


4월20일







4월27일



600주년 기념관 



비천당


명륜당 둘레에 핀 목단화 특이하게 자색이 아닌 백색이다.



제5강 名家(명가) - 장자의 말 벗, 惠施(혜시)

제자백가 중 명가는 논리학파, 궤변론자들의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학자 혜시, 공손룡인데, 이 중에 헤시는 장자와 매우 친한 사이였다는 것을 우리는 [장자]를 통해서 안다. 명가의 이론 중에 유명한 白馬非馬論(백마비마론), 堅白論(견백론) 등을 통해서 보면 중국사상 안에도 논리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서양철학과 달리 중국에서는 논리학의 전통이 단절되고 혜시도 그 저작이 전해지지 않게 되었다.

[장자]에는 원래 ‘혜시’편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지금 [장자]에는 따로 한 편으로 있는 것은 없고, [천하]편에 혜시의 주요 명제들이 채록되어 있다. 그 내용들을 보면 장자의 만물일체 사상이나 ‘무’의 논리적 개념화에 헤시학파와의 토론이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세게의 진상을 찾아가기 위한 명가의 독특한 접근법을 [장자] 천하편의 자료를 가지고 음미해 본다.

1. 質死久矣(질사구의) - 단짝이 죽은 지 오래 되었다.

- 장자가 혜시와의 관계를 극적으로 비유한 이야기

2. 惠子相梁(혜자상량) - 혜시가 양나라 재상일 때

- 원추라는 새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고 단샘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이 새가 지나가는데 썩은 쥐를 잡은 올빼미가 그걸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한다. 한 나라의 재상 자리란 저 올빼미가 감추는 썩은 쥐와 같다.

3. 歷物十事(력물십사) - 만물의 의미를 늘어놓고 설명한 열 가지

 - 혜시는 다재다능하여 그 책이 다섯 수레였다. 그러나 그 도술은 어긋나고 잡박하며, 그 말은 적중하지 못했다.


4. 曉辯者 - 변자들을 가르치다.

 - 혜시는 논리와 지식을 준시하여 천하의 辯者(변자)들을 가르쳤다. 천하의 변자들은 혜시와 더불어 즐거웠다.


5. 形影競走(형영경주) - 몸과 그림자가 경주하는 꼴

- 혜시는 만물을 끝까지 알아 사람들보다 많은 지식을 자랑하였으나 천지 우주의 道의 관점에서 보면 모기 한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도덕에 약하고 만물에 강했다. 만물을 뒤쫓아 다니느라 되돌아 올 줄을 몰랐다. 이것은 소리를 질러서 메아리를 없애려는 것이고 형체가 그림자를 떼어놓으려고 내달리는 모양이다. 슬프도다!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

요약 : 중국 전국시대의 명가(名家) 사상가인 공손룡(公孫龍)이 주장한 명제.

“백마는 말[馬]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대표적인 명가(名家) 사상가인 공손룡(公孫龍)의 저서 ≪공손룡자(公孫龍子)≫ ‘백마론(白馬論)’에서 전해지는 명제이다. 변론가(辯論家)ㆍ형명가(刑名家)라고도 불리는 명가(名家) 사상가들은 이름[名]과 실재[實]의 관계에 대한 논리적 분석을 통해 인간 인식의 상대성과 제한성을 강조하였으며, 명실(名實)의 불일치를 극복하여 천하를 바로잡겠다는 명실합일의 정치사상을 전개하였는데, 공손룡의 ‘백마비마론’도 이러한 실천적인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손룡은 ‘백마비마론’에 앞서 '지물론(指物論)'과 '견백론(堅白論)'을 제시하였다. ‘지물론(指物論)’에서는 사물[物]과 그것을 지시하는 개념[指]은 구분되고, “만물은 지가 아닌 것이 없다(物莫非指)”며 인간의 인식이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지시하는 개념을 통해서 구성된다고 밝혔다. ‘견백론(堅白論)’에서는 “하얗고 단단한 돌은 손으로 만질 때에는 하얗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고, 눈으로 볼 때에는 단단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하얗다는 개념과 단단하다는 개념은 양립하지 않는다”는 견백동이론(堅白同異論)을 주장했다. 이는 인간의 인식은 경험적 감각 기관에 따라 제한되므로 결국 물(物) 자체의 전체 속성을 이해할 수는 없으며 그렇기에 기준과 층위에 따라 개념을 엄격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함을 강조한 비유적 표현이다.

‘백마비마론’도 이러한 ‘지물론’과 ‘견백론’의 연장에서 나타난다. 공손룡은 백마는 빛깔을 가리키는 개념이고 말은 형체를 가리키는 개념이므로 백마는 백마이지 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빛깔을 가리키는 개념과 형체를 가리키는 개념은 엄격히 구분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에는 백마뿐 아니라 흑마(黑馬), 황마(黃馬) 등도 있지만 백마에는 흑마나 황마는 해당되지 않으므로 백마는 백마이지 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백마와 말이라는 개념 사이에는 광협(廣狹)의 차이가 있어서 일치하지 않으므로, 백마를 말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공손룡은 여러 빛깔의 말에서 빛깔을 빼 버린 것이 말이고, 백마는 그러한 말에다가 흰 빛깔을 더한 것이므로 백마는 백마이지 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곧 말이라는 일반개념과 백마라는 특수개념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손룡의 백마비마론은 기준과 층위에 따라 개념과 사물의 관계가 엄격히 구분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나타낸 비유적 표현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한 궤변이 아니라 명분(名分)과 실재(實在)를 혼동해서는 안 되며 그 관계를 바로잡아야 올바른 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정치윤리를 설파하기 위해 나타난 표현이다.


             견백론 [堅白論]

요약 :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공손 룡(公孫龍)이 주장한 명제(命題).

단단하고 흰 돌의 경우, ‘단단하다, 단단하지 않다’ 하는 것은 손의 감촉으로 알고, ‘희다, 검다’ 하는 것은 눈의 감각으로 아는 것이므로, 견백석(堅白石)은 동시에 성립되는 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논법은 부분적 속성(屬性)으로 전체적 개념을 규정하는 불합리를 설명하는 것으로, 중국 고대 논리학의 싹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올바른 발전을 하지 못하고 백로를 까마귀로 둔갑시키는 식의 궤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