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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스크랩] 100km! 제주울트라...

by 도화유수 2016. 1. 1.

자! 이제 시작이다.

계마회!

대구 계성고등학교 마라톤 동호회 이름이다.

매월 1,3주 토요일 오후에 여의도시민공원에서 모여 훈련을하고 수시로 각종 마라톤대회에 단체로 참가하기도 하며 달리기를 통해 선후배 동기간의 친목과 우애를 다지는 모임이다.

지난 겨울 혹한에도 콧김을 내뿜으며 한강변을 달린 후 막걸리잔을 돌리던 뒷풀이자리에서 대한민국 울트라계의 고수중 1인인 이한기친구가 내년 4월 초 봄에 있는 제주울트라마라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작년 10회 대회에서 중도에 포기한 아쉬움이 컸던 나도 목청을 높여 맞장구를 쳐가며 제주울트라에 동참을 적극권했다.

취한 기분에 후배3명을포함해 7명이 신청을 한다하여 참가비조로가 1만원씩을 거두어 놓았고, 최종적으로 불참자의 예치금은 참가한 선수들에게 처분권을 위임하기로 정하고 각자 열심히 훈련할 것을 다짐하며 헤어졌다.

2월 20일 대회 신청접수가 마감되고 보니 후배들 3명이 모두 신청하지 않아 우리 62회 동기 4명만 50km에 한사람 100km에 세사람이 참가하였다.

4월 7일 대회일까지 남은 기간중에 완주할 수 있는 몸이 되도록 각자 훈련을 열심히 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4월6일(금)오후 3쌍의 부부와 1인의 선수가 주최측에서 준비한 호텔에 도착하여 4명이 선수등록을하고 같이 저녁을 먹었다.

대회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부인들은 삼수가 예약해둔 제주해군호텔로 이동했고 우리도 주최측이 배정한 6인 1실의 방으로 네사람이 같이 올라갔다.

방에는 청주에서온 200km 참가자가 한사람이 있었고 또 다른선수는 끝내 나타나지 않아 50대 중반의 장년들 5명이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누군가의 코골움과 또 다른 누군가의 뒤척임이 계속되며 선잠을 자는중에도 새벽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새벽 4시!

다들 잠자리가 불편했을테지만 유독 200km 참가자가 우리 일행 때문에 밤에 잠을 설쳤다며  완주에 대한 걱정을 늘어 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들  자리걷고 일어나  호텔 식당에서 만두국으로 아침을 먹은 후에 크고 작은 볼일을 끝내고 방으로 올라와 젖꼭지에 밴드를 붙이고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 와셀린도 바르고 무릅에 테이핑도 하면서 250리길을 달릴 준비를 마쳤다.

아침 5시 10분에 셔틀버스로 호텔을 출발하여 도착한 탑동공원의 출발선에는 옅은 어둠이 남아있었다. 

오렌지색 계마회 유니폼을 입은 4명이 완주를 다짐하며 사진을 찍고 스트레칭을 하는 중에 5시 40분부터 식전행사가 진행되고 6시 정각에 축포가 터지면서 불꽃이 하늘로 치솟자 50km, 100km, 200km, 한라산트레일런에 참가한 400여명의 선수들이 주로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시내를 벗어나면서 좌측으로 제주공항 너머 한라산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감탄하면서 넓은 해안도로에 접어들자 주자들간의 간격이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거듭하며 달리는 중에 50km에 참가한  71회 후배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기념 촬영을 했다

 

화창한 날씨에 애월해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5km마다 나타나는 급수대의 자원봉사자들과 대회진행요원들에게 감사인사도 하고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며 계속해서 달려나간다.

달린지 3시간이 넘어가자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도 웅장한 한라산도 느낌이 없어지며 배고픔과 피로가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의 페이스메이커 이한기친구가 춥기전에 옷입고 배고프기전에 먹어야 한다며 식당으로 들어가 제일 빨리 되는 음식으로 주문한다.

몸국이라는 제주도의 국밥으로 돼지고기 뼈를 고은 국물에 톳과 비슷한 해초류를 넣고 된장도 조금 풀어 끓인 국으로 냄새도 나지 않고 맛도 좋았으며 60대 주인 부부의 따스함에 5000원 가격대비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계속하여 식당앞을 지나는 참가 선수들을 보며 은근한 조바심에도 불구하고 바닥까지 그릇을 비우고 신발끈까지 고쳐 메고서야 길을 나섰다.

제주해군호텔에서 1박을 한 세여인이 제주일대를 관광하다가 오전 10시 가까이 되어 달리는 남정네들을 응원하러 왔다.인증샷을 하고 힘찬 성원에 기운을 얻어 다시 걸음을 재촉하면서 식사중에 우리를 지나쳤던 선수들을 하나둘 따라잡기 시작했다.

밥도 먹고 응원도 받고 힘을 얻은 우리 도상효선수가 40km지점부터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자 50km에 참가한 삼수가 점점 멀어진다.

뒤쳐진 삼수를 한기가 동반주하는 사이에  제한시간이 7시간인 50km CP를 지나갔다.

삼수가 완주메달과 기록증을 들고 환히 웃고 잇다.

3월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생애 첫마라톤을 풀로 완주하고 보름만에 울트라마라톤 50km를 제한시간내에 완주한 진짜 멋진 사나이다.

 

 

뒤쳐진 삼수를 한기가 동반주 해오는 사이에 50km CP를 지난 우리 둘은 한기를 기다리지 않고 남은 거리를 줄이기 위해 계속 앞으로 가기로 하였다.

마음만 앞선 잰 걸음을 하는중에 뒤에서 타박타박 귀에 익은 발자욱 소리가 들려와 돌아보니, 50km CP에서 경기를 끝낸 신삼수선수를 부인들과 합류하게 하고 우리 뒤를 쫗아 62km지점에서 한기가 우리를 따라 잡은 것이었다.

나름대로 남은 거리는 줄이고 뒤에 오는 한기와는 더 먼 거리에서 만났으면 했는데.......참으로 대단한 이한기!

오르막 길옆의 말목장에서 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잠시 걸음을 늦춘다.

 

5km의 거리가 점점 멀리 느껴지고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데 여기 저기 몸에 통증은 심해지고.......

이 무슨 미친 지랄용천을 떠는가 싶은 마음에 포기를 유혹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머리를 가득 채워온다.

혼자가 아니잖아......빨리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인들의 속담을 떠올리며 바람막이 덧옷을 입고 친구들과 어기적거리는 사이에 통증도 덜해지고 중도포기의 유혹도 조금씩 멀어지는 중에 80km CP 부근에 있는 유채밭에 도착했다.

아무리 시간이 없고 기운이 빠져도 그렇지 이런 곳에서 한 방을 놓칠 수는 없잖아.

인증샷을 하고 80km CP에서 남은 시간을 보니 3시간 45분 정도의 여유가 있단다.

이제는 포기하지않으면 시간내 완주는 충분히 가능하기에 서로를 격려하며 산방산을 넘었다

 

 

출처 : 계마회☆계성마라톤
글쓴이 : 김중기(6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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