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황성옛터의 추억(2005경주동마후기)

 

​​ 경주동아마라톤 사진이 없어서 같은 해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마라톤대회 사진. 조카들과 경기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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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출발>

7시30분에 황성공원에 도착했다. 주차공간이 없어 먼 곳에 주차하고 떡갈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공원을 바쁘게 지나 메인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스타디움안은 인파로 가득했다. 골인 후 탈의실 앞에서 조카들과 만나기로 약속하고 복장을 갖추고 물품보관소로 가서 물품을 맡겼다. 급히 서둘다보니 파월젤과 바, 면장갑을 챙기지도 못하고 쓸림방지용 바세린을 바르는 것도 잊은 채 물품보관 후 화장실을 찾기 위해 바쁘게 스타디움을 나갔지만, 화장실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황성공원 숲 속에 ....(죄송). 돌아와서는 혼자서 급하게 스트레칭을 한 후 출발 대열로 흘러들었다. 잠시 후 카운터다운이 시작되고 출발했다. 한 점의 꽃잎이 되어 인파의 물결에 내 몸을 맡겼다.

고도 경주에서 마라톤을 뛴다는 것은 여간 흥분되는 일이 아니었다. 지난 3월 서울동아국제마라톤 후에 우리가족(4명의 조카)5명이 완주 후 가을에 경주에 가자고 다짐을 하고 6월에 신청했다. 5월 경향마라톤 대회에서 왼쪽 발목의 부상으로 10km지점에서 회수차에 오른 이후 잘 낫지 않아 계속 병원과 한의원에서 한 여름까지 치료를 받았다. 대전 계족산대회부터 가을 마라톤연습에 열중했다. 10월29일에서 10월30일 동성중고등학교 합동 직원연수가 속초에서 있었다. 교장님께 불참사유서까지 써내고 참석한 이번 경주대회였다. 9월에 미리 열차표(서울-동대구KTX-동대구-경주통근열차, 경주-동대구(무궁화) 동대구-서울(KTX)를 예약했고, 조카들이 총동원되어 한화콘도를 겨우 예약했다고 한다. 경주동아오픈 마라톤 대회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손님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은 보문단지 입구 맷돌순두부집에서 맛있는 식사 후 숙소인 한화콘도에 도착한 것은 10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그리고 아침 맞춘 시간에 일어나서 세면을 하고 라면국물에 햇반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짐을 챙겨 콘도를 출발 했었다.

<천년의 고도 경주를 달리다>

도시자체가 명승고적인 경주를 달리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학창시절에 수학여행도 오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곳이지만 지금은 경주거리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다만 마라톤 코스맵을 보고 오늘의 코스를 머릿속에 정리한 것뿐이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경주역을 지날 때부터 땀이 뚝뚝 떨었다. 전체적으로 속도가 빠르다. 침착하게 내 페이스를 유지해야 했다. 첨성대를 지나 5km지점을 통과 했다. 10km지점에서 바세린을 쓸림이 심한 곳에 듬뿍 발랐다. 이제 마음이 놓인다. 출발시 너무 경황이 없어 준비하지 않은 모든 것이 뒤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제1반환점(12.8km)에서 500m여 앞선 큰 조카를 보았다. 역시 초반 페이스가 좋다. 힘이 있어 보였다. 힘을 외쳤지만 못 보고 지나갔다. 한참 지나다 강변로 끝 지점에서 개교100주년기념표시를 등에 단 고교(계성고)선배를 만나 이야기 나누며 한참 같이 달렸다. 강변로를 지나 태종로 20km지점에서 1시간 48분대, 계획대로 잘 나가고 있었고, 오늘의 목표시간은 3시간 50분 이내로 달리는 것이다. 달리면서 컨디션 체크를 위해 가끔 자신에게 이렇게 자문자답한다. 아픈 곳은 없는가? 없다. 호흡은 가쁘지 않은가? 괜찮다. 주위의 경치가 눈에 들어오는가? 그렇다. 힘들지 않은가? 괜찮다.

오능을 지나고 첨성대를 지나 천군로로 접어들었더니 선두는 지나가고 꽤 앞선 주자의 시원스런 레이스가 보기가 좋았다. 다시 자신에게 자문자답한다. 역시 이상이 없다. 지금까지는 잘 풀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의 27km지점의 언덕>

27km지나서 언덕. 나의 약점인 오르막. 힘들지만 페이스를 늦추며 올라가고 있는데 뒤에 구령소리가 들린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나타났다. 순간 저승사자가 나타난 것처럼 느껴졌다. 4시간 페메에 잡히면 나의 목표 끝이다. 최선을 다해 올라가는 뒤꿈치에 페메의 구령소리가 들리더니 나를 앞질러 가고 있었다. 내 페이스가 분명히 10분은 앞섰는데 오르막에 속도를 너무 늦추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발상을 바꾸었다. 페메를 따라가자 지금 여기의 이 어려움만 넘기면 반대로 내려올 때 내리막길은 나의 무대가 아닌가? 혼신을 다해 페메와 호흡을 맞추며 언덕을 올라갔다. 29km지점부터 완만해지고 페메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4시간 페메를 뒤로하고 앞질려나갔다. 30km지점의 구간기록도 3시간50분 목표에 확실하게 앞서고 있었고 그런대로 뛸만했다. 31.375km 제2반환점 300m 앞에서 큰조카를 보았다.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잘 하면 따라잡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대로만하면 45분대진입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고 자신감이 충천했다. 조금 힘들었지만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자신을 추스르며 계속 달렸다. 빨갛게 물든 벚나무 단풍이 보문호수와 잘 어울리는 멋진 곳을 달려 이제 기다리던 내리막길이다. 체중을 던지며 막 달려 내려가자. 족히 2km는 날아서 가자. 그러나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나의 날으는 주법은 다리의 후들거림으로 중심 잡기조차도 힘들었다. 겨우 조심조심 언덕을 내려왔다. 어찌된 일인가? 왜 그렇까?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실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시적으로 언덕을 오를 때 페메를 따라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다. 정말 이 정도의 어려움에 나의 장점을 못 살리다니 통탄할 일이다. 내 컨디션대로 조금 더 천천히 올라갔어야 했었다. 장기적으로는 여름에 발목부상으로 연습을 못한 것이 원인이다. 그래도 9월에는 춘천호반에서 30km를 달렸고 그동안 2번의 하프대회를 통해 점검을 했는데 갑자기 다가온 페이스 난조는 어쩔 수가 없었다. 34km지나서 다시 4시간 페메를 놓치고 걷다가 뛰다가 반복했고, 뛰어도 속도가 전혀 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 뒤에 태워 달라고 사정을 해볼까 등등 여러 가지 잡념만 가득했다. 출발시 파월젤과 바를 챙기지 못한 것도 원인인 것 같고, 허둥지둥 출발한 시작도 조금은 후회스러웠다.

<마지막 역주>

어쨌든 고통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동안 컨디션이 조금 회복 되었다. 37km지점을 통과해서 시간을 보았다. 1km당 6분 페이스면 4시간 안에는 골인 할 시간이다. 축방길을 따라 알천남로를 달렸다. 나의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레이스로 인해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고 끝까지 달렸다. 강변로를 따라 달리고 또 달려 시민운동장이 보일쯤에 4시간 페메를 눈앞에 두었다. 혼신을 다해 달렸다. 그라운드 진입을 앞둔 지점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렸다. 고교동기 김칠봉이었다. 그 와중에 어떻게 알아보고 손으로 대답하고 그저 달려 나갔다. 결승지점에 도달했다. 4시간 00분 26초. 나의 9번 풀코스 도전 중 세 번째 기록이었다.

기록을 확인하고 완주했다는 만족감과 억울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27km지점 언덕에서 페이스 조절만 잘 했다면 훨씬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었다는 욕심 때문이다. 먼저 들어온 조카와 마지막으로 들어온 조카를 기다려 미리 예약한 보문단지에서 불국사 가는 길의 삼국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제 보스톤이다>

경주 삼국식당에서 결의한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참가 자격을 갖추는 일을 서서히 해야겠다. 지금까지 초급수준의 마라톤을 이었다면 이제는 중급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목표를 두고 훈련하는 것은 내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수양에도 좋은 것 같다. 감히 목표를 설정해두면 나의 게으른 마음을 추스리고 육체를 단련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제111회 보스톤 마라톤 (111th Boston Marathon)

2007년 전통적으로 4월 셋째주 월요일 정오에 개최

50-54세 -------- 3 hours 35 minu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