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지 이야기]
옛날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먼 길을 떠나게 됐다. 부인은 남편을 위해 며칠간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약재를 정성스레 마련했다. 그 안에는 ‘흰 포장지에 싸인 까만 열매는 공부하시면서 차로 끓여 드세요’라는 편지가 있었다.
부인의 정성에 감동한 선비는 과거를 보러 가는 도중에도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공부에 매달렸다. 그러다 얼마 후 체력이 떨어지고 기력이 약해지자 부인이 준 씨앗으로 차를 끓어 마셨다. 그러자 다시 의욕이 생겨나고 정력이 솟아났다. 그러던 중 선비는 불현듯 일어난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수음을 하고 사정하게 된다. 그런데 사정된 정액이 책장을 찢어버렸다. “아뿔사, 씨앗을 끓어 먹고 책장을 찢어놓고 말았구나!” 나중에 그 씨앗은 종이를 찢어놓았다는 의미로 파고지(破古紙 오래된 종이를 뚫는다)라 불리게 되었다.
- 경희해들원 한약국 김경수원장 저서(처방전이 있는 질병치료 약초백과)에서-
<파고지(破古紙)>
콩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 개암풀(psoralea corylifolia L.)의 열매를 말린 것.
개암풀 열매 또는 보골지(補骨脂)라고도 한다. 개암풀 열매는 가을에 익는데, 이 열매의 이삭을 잘라서 햇볕에 말린 다음 열매를 털어서 잡실을 없앤다. 맛은 맵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신경(腎經:신장의 경락)과 비경(脾經:비장의 경락), 심포경에 작용한다. 심포의 화(火)와 명문(命門)의 화를 통하게 하는데, 강심·항암·지혈·억균 등의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초와 상오약(相惡藥)이고 양고기와 모든 피의 섭취를 금해야 한다. 즉 감초와는 상오약이므로 감초는 파고지를 싫어하지만 파고지는 감초를 만나면 약효가 더 좋아지며, 파고지를 사용할 때에는 양고기와 모든 피의 섭취는 금해야 하는 것이다. 호두와 같이 처방하면 좋다.
신양이 허(虛)하여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통증이 있을 때, 소변을 자주 볼 때, 남성의 성교 불능증, 정액이 저절로 흐르는 경우, 야뇨증 등에 처방한다. 또 비장과 신장이 허(虛)하여 소화가 안 되고 새벽마다 설사하거나 심상성 백반증이 있는 경우에도 처방할 수 있다. 외용약으로 사용할 때는 술에 우려서 바르거나 가루를 내서 바른다. 파고지초(破古紙炒)는 소금을 탄 술에 개암풀열매를 축여서 볶은 것을 말하는데, 강장 및 강정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