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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아! 지리산 3.드디어 천왕봉에 오르다.(2011. 5.12~14)

by 도화유수 2024. 2. 18.

 

 

 

오늘의 일정(5월 14일(토))

세석대피소(1, 51406:00출발)촛대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08:00 아침식사)제석봉천왕봉(09:00~09:30)로타리대피소(11:00 점심:라면)중산리(14:40)택시나 버스로 진주(16:00)고속버스로 서울 도착(20:00)

 

 

다시 2층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하려니 그게 또 장난이 아니다.

내가 코골이 할 때는 남들이 이런 피해를 봤겠지만 내가 당하니 그게 아니네요.

좌로, 우로 뒤척이다 보니 그래도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5. 14. 05:00시.

오늘은 우리 일행이 조금 일찍 기상이다.

아침은 장터목 산장에서 해결 하기로 하고 일단 급하게 출발한다.

간 밤에 깨어서 화장실에 가지 않은 두 친구는 일단 용변부터 처리하고...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날 출발을 하면서 결의를 다지고......

날이 완전히 밝지는 않았지만 랜턴을 켤 정도는 아직 아니다.

저 위 산쪽에는 간혹 랜턴 불빛이 어른거리기도 하지만....

일단 힘차게 출발한다.

세석평전 안내판
촛대봉을 지나  오늘의 무사산행을 기원

 

06:20 벌써 등산 시작한지도 1시간을 넘기고... 어느새 연하봉(해발 1,730미터)도착

 

이곳은 아직 서릿발
06:40 장터목산장

 

 

 

오늘이 토요일인 데다가 이름하여 장터목이라 아주 북새통을 이룬다.

취사장엔 자리도 지대로 없어 어떻게 함 낑기볼라 카는데도 여-엉 쉽지가 않다.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다행히 한 팀이 방을 빼주네요.

가비얍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버너에 불을 켜고서....

내하고 중기는 물 운반책...

상효하고 광유는 취사병(?)....

앞에 있는 일행이 큰 물병 하나를 통째로 건네주네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인사하고 얼른 챙기고....

 

육개장 두 개에다가 북어, 미역 등을 한꺼번에 넣었더니만 찌게, 아니 국은 조금 짜지만 먹을만은 한데...

내가 가져온 김치를 꺼내야 하는데 언제 이 친구들이 종가집 김치를 한 봉지 얻어서 준비를....

에고, 내 배낭 무게 좀 줄여야 되는데....

이러니 혜공이 힘이 많이 들지 않겠냐고요....

 

상효는 뭘 그렇게 급하게 먹다가 사래가 들었는지 눈물(?)을 머금고 큭큭거리고....

결국 중기가 상효를 데리고 취사장 바깥으로 가서 응급처치(?)를 했는데...

그 와중에 혼자 산행와서 내 옆에서 식사를 하던 친구가 나에게 묻는다.

"막걸리 한 잔 드릴까요?"라고...

안 그래도 우린 일용(?)할 알코올이 동이나서 묵을 것도 없는데 마다할 혜공이 아니지 않는가....

종이컵으로 한가득 따라주는 막걸리를 한모금 마시고서 슬며시 광유에게 건네니, 그 친구 왈!

한 잔 더 드릴테니 쭈-욱 드세요 그카네요.

어제 저녁에 냉동실에서 살짝 얼린 막걸리인지 얼음이 둥둥떠다니는 게 아주 끝내준다.  시원하게 한 잔을 마시고 광유에게 잔을 건넨다.

아마 중산리 방향에서 힘들게 가지고 온 것일진데 참 감사한 마음으로 마신다.

돈으로 환산하면 한 잔에 한 10,000원을 받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상효하고 중기는 그 중요한(?) 순간에 자리를 비웠으니 우야겠노, 아쉽지만...

나중에 그 이야기를 했더니 무척 안타까워 하더구만.... 

 

다시 물을 끓여 커피까지 한 잔 후식으로 나누고서 짐을 챙긴다.

그런데 이번엔 코펠 작은 뚜껑이 여-엉 안보인다.

취사장에 하도 사람이 많았으니 이거 원....

나중에 따지고 보니 이곳 세석에서 잃어버린(?)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어제 밤에 먹었던 엑스 오 양주 빈병(무게가 한 2킬로그램 쯤 나갈래나?) 하나에다가 쓰레기 모아 둔 봉투를 신발장 위에 올려 놓고 그냥 잊어버렸지, 그리고 진짜 중요한 뚜까리 하나 분실했지....

애초에 무거운 빈 병부터 잘 챙겼으면 이상 없이 다 가져올 수 있었을텐데,

그쟈???

상효야, 광유야!!!

자, 이제 장터목을 뒤로하고 어디 한 번 천왕봉을 올라볼까요???

 

07:40분. 장터목 산장 출발....

고사목 군락
천왕봉이 보인다.
08:30 통천문 도착

09:00 이 다음에 또 만나요, 천왕봉이여!

09:30 천왕샘

그런데, 올라가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이거야 원, 내려가는 것도 진짜 장난이 아니다.

경사가 얼매나 급한지 앞으로 막 넘어질라 카드라 카마 믿을까???

그런데 이런 급경사 길을 올라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데...

광유 말에 의하면 이 사람들은 대부분 하룻만에 천왕봉만 찍고 도로 내려가는 사람들이라 카네요.

아따 그래도 그렇지 지리산 산장에서 하룻밤쯤 유하고 가야되는 거 아입니꺼???

 

계속되는 급경사 길...

쇠로프가 쳐저있는 곳에 얼마 전에 이 곳에서 74세 된 노인분이 돌연사 했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작년에 설악산에서는 안내판마다 국립공원 직원 말을 듣지 않다가 그리 되었다고 써놓았던데 지리산에서는 말을 안했는지 아니면 공원직원이 말만 하면 등산객이 잘듣는지는 몰라도 그런 말은 없네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응급처치 운운하면서 인공호흡법을 이야기 하는데 인공호흡법 명칭을 몰라 우물쭈물 하네요.

그래서 혜공이 그냥 알려주었지요.

"흉부압박 상지 거상법"이라꼬....

역시 명문 고등학교 출신답게....

 

그런데 그 친구들은 사투리 "그런 가베???" 어쩌구 하는 것으로 봐서 아마 경남 산청, 사천 쯤에서 왔나보네요,

아마도 저거 동네 뒷산으로 생각하고...

그런데 촌놈(?)들처럼 왜 저거 동네 뒷산을 다니냐고요....

우리 대구 사람들 한 번 보세요.

절대로 뒷산은 안가잖아요.

우리는 산에 간다카마 팔공산 아니면 앞산에 가지 않나요!!! ㅋㅋㅋ

 

10:25분.

아이고, 내려오는 것도 디기 힘드네요.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저 아래쪽에 빨간 지붕이 보이는 곳이 중산리라 카는데 그기 얼매나 더 가야될지...

지리산은 산이 깊으니 산속에는 절이 거의 없는 듯한데 그 중의 한 곳이 이 곳 법계사다.

아마 로타리 산장도 절에 오는 사람 위주로 조그맣게 영업 및 민박을 하던 곳이 이렇게 정식으로 대피소 개념이 되어진 듯하다. 

조그만 사찰에선 목탁소리와 관세음보살을 읇조리는 염불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오가는 등산객들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있다.

그런데 이곳이 예전 빨치산 패거리들의 본거지 역할을 한 곳이라니...

중산리는 아직도 3.4킬로미터나 남았구려....

 

이곳에서 혹시 모를 배고픔에 대비하여 일단 상효가 초코파이 다섯 개를 사서 배낭에 넣기는 넣었다는데...

내려가고 또 가고....

 

11:10분. 해발 1,068미터의 망바위 도착.

12:25 드디어 중산리 하산 완료.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으로 혜공이 미련 곰탱이가 된 사건 발생.....

어제의 엑스 오 양주 병에 이어 오늘은 묵은 김치 건이다.

난 마눌님이 김치 넣었다고 하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 보니 완전 포기 째로 담아서 그 양이 엄청나니 그 무게 또한 얼매나 무거워 내 양어깨를 짓눌렀겠냐고...

주인 아줌마에게 접시하고 가시게 빌려서 썰고 라면을 끓여서 먹고도 반접시 이상 남는 것을 보니 참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가 수녀님표 깻잎까지 있었으니 그 무게야 뭐 말 할 것이 있겠냐고요...

 

그런데 버스표를 끊으려니까 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된다카네...

상효가 인상을 쓰고 따져봤지만 안된다는데 뭐 할 말이 있나....

현금으로 끊어야지...

16:20분 차량이라 시간이 한 1시간 정도 남네 그려...

그래서 이곳에서 좀 유명(?)하다는 원지돼지국밥집으로 이동...

무엇이 유명한지도 모르고 일단 순대에 쐬주 하나....

맛은 별로인데....

그런데 광유가 옆에 놓인 북, 그리고 난초, 그리고 사진이 있는 포스터(?) 등을 보더니 뭔가 유명인이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주인 아저씨께 물어보니 바로 국악 천재소녀 김란이양의 아버지가 주인 아저씨네요.

16:20분.

서울행 우등고속버스 출발.

신탄진 휴게소에서 호도과자 한 입 물고......

 

19:50분. 서울 남부터미널 도착.

그리고 사당동 본전집으로 이동 후 대장정의 결산....

 

이번 지리산 종주를 위하여 기획단계에서부터 열차 예약, 산장 예약까지 일일이 신경써준 도상효 동기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지리산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번 산행에 동참해준 정광유도 고맙고....

설악산, 제주도 한라산 등 전국 유명 산행을 항상 함께 해준 김중기에게도 깊ㄴ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산행이 앞으로 우리의 인생을 삶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교훈이 되고 보탬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백두대간의 좋은 구간을 선택하여 한 번 더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끝으로 지리산 2박 3일 종주기를 마칩니다.

모든 분들께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면서.....

        2011년 5월 19일   오르그라  혜공  박용운 올림. 

 

 

성섬재에서 노고단까지 민밋한 산길 2Km 남짓을 올라 능선길을 걷고 걸어 다다른 천왕봉!.

1,915M는  높은지 모른채 올랐으나 골짜기는 높이에 걸맞게 깊고 깊었다

내딪는 발자욱 하나 하나에 무릎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갔으나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어 참고 걸었다.

드디어 중산리!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같이 가라는데,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어 참으로 좋았다.

                                                                         <일보 김중기의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