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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스크랩] 오궁썰매의 태백산 추억은 언제나 즐겁다

by 도화유수 2016. 1. 1.

<!-by_daum->   2001년 1월에 있었던 사건을 2008.01.28 12:3 에  계마회 다음까페에 실었다.

 

 

     오궁썰매의 태백산 추억은 언제나 즐겁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언제나 즐겁다. 소풍 때 학생들과 같이 간 춘천행 열차는 환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강변의 경치 그리고 정말 이름 같은 강촌역과 구곡폭포 자전거길 등 모든 것이 꿈길 같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중앙선은 환상을 훨씬 초월하는 단계이다. 봄이면 봄, 가을이면 가을, 새벽안개 피어오르는 여름은 여름, 눈 덮힌 겨울은 너무나 낭만적이다. 어느 해 가을 친한 친구의 부친의 부음소식을 듣고 업무를 앞당겨하고 오후에 3시경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영주까지 갈 때 치악산부근에 단풍에 취해서 슬픈 마음보다 차창의 경치에 마음을 다 빼 아낀 적도 있었다. 그렇게 깊은 산속을 뚫고 놓여진 철로는 비경을 휘감아 도는 듯하다. 하여튼 청량리역을 출발하는 열차는 나를 언제나 행복하게 한다.

  오늘의 주제는 청량리가 아니라 태백산 겨울 산행이야기이다. 아내의 친구모임이 있다. 부부가 가끔 모여서 식사도 같이하는 모임이 발전하여 같이 여행도 다니는 친한 모임이 되었다. 전번 모임에서 이야기 끝에 지난해 다녀온 태백산 이야기를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같이 한번 가자고 해서 내가 다녀온 코스로 안내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청량리에서 출발되는 열차여행의 즐거움을 또 맛보게 되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교통과 숙박문제이다. 철도회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지라 인터넷 바로타에서 청량리12시 발 태백행 무궁화열차를 예약하고 다음날(일요일) 태백 오후4시발 청량리행 새마을열차를 예약했다. 제일 걱정했던 교통편이 한 달 가량 남은 기간이라 쉽게 예약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태백시에서 운영하는 민박촌에 예약하여 중요한 준비는 끝나고 출발 날을 기다렸다.

  1월 초중순 조금 추운 날씨에 아주 맑은 토요일이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하여 11시경에 청량리2층 대합실에서 기다렸다. 11시30분전에 모범생인 일행이 모두 도착하여 순조롭게 장도에 올랐다. 준비한 막걸리 한잔에 목을 축이고 김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양수리를 지나자 펼쳐진 눈덮힌 강변의 모습은 꿈에서 본 바이칼호수인가 너무나 멋진 전경이다. 원주를 지나 영월을 지났을 때에도 차창 밖의 경치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삼림과 눈 그리고 철로를 달리는 열차의 곡선구간에서 본 뒤칸의 모습은 마치 시베리아 행단열차를 탄 착각에 빠진 것 같다. 탄광지대를 지나 열차가 자꾸 위로만 가는 듯 하더니 드디어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을 지나 태백에 도착했다. 도로가 빙판진 곳이 많아 조심을 해야 했다. 역전에서 멀지않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을 구경했다. 그곳에서 연못안에 동전으로 행운 점을 보았다. 1년행운에 동전이 즐거워했다. 미리 연락한 식당에서 온 봉고차를 타고 이 지방의 민속집인 너와집(식당이름도 너와집)에서 주인의 구수한 집설명까지 곁들여 저녁과 여행자축주를 했다. 8시경 너와집에서 민박촌까지 차편을 배려해주었다. 단골손님께 정성을 다해주어서 고마웠다.

  민박촌에서 숙소를 배정 받고 눈속 산책을 하고 노래방을 들려 숙소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시에서 관리하는 태백산 민박촌은 전체적인 규모도 있고 내부가 산뜻하고 깨끗하고 따뜻하여 모두가 만족해했다. 새벽에 부지런한 사모님들이 해준 아침을 간단히 먹고 바로 당골방향으로 태백산산행에 올랐다. 눈이 많이 왔고 다져진 길이라 아이젠의 뽀드득 소리가 아침공기를 가득 채웠다. 단군성전을 지나자 벌써 하산하는 정말 부지런한 분들도 있었다. 그분들에게서 비료포대를 인수받았다. 이것이 오늘의 주제가 될 것이다. 경험이 있는 내가 모두 한 개씩은 꼭 준비하도록 하여 모두가 준비를 했다. 흰 눈이 우리 가슴높이로 싸여 있었고 등산로는 잘 다져져서 아이젠을 착용했을 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등산로를 조금만 이탈하면 한 발이 푹 빠져 눈의 높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반재를 지나 만경사를 지나 힘은 들었지만 정상인 천제단에 올랐다. 찡한 기온을 느끼며 소주 한잔을 마셨다. 차가운 기운이 짜릿하게 느껴졌다. 정상의 바람방향 반대편으로 삐친 눈꽃은 정말 절경이었다. 오래된 아주 큰 주목나무 밑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하산길에 올랐다. 너무 추워서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하산길에는 당일 관광편으로 오는 등산객에 유일사방면에서 너무 많이 올라와서  태백산의 눈속의 신비감을 반감시켰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마치 서울에서 꽉 막힌 도로와 같다. 특히 외길에서는 한참을 기다렸다가 내려가기를 계속했다. 가파른 길이 끝나자 재미는 지금부터 경사가 완만하고 차량이 다닐 정도의 넓은 길이 나오자 비료포대는 멋진 오리궁둥이 썰매로 바뀌었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서 대기업 이사님도 의사선생님도 지점장님도 우리 사모님들도 어린이가 되었다. 그렇게 많은 눈 속이라 미끌어져도 눈이 주는 포근함을 느끼며 내려오는 눈썰매놀이는 정말 신났습니다. 어느새 벌써 일행은 유일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몰골은 영락없이 개구쟁이 모습이지만 그 천진한 신나는 표정은 지금 생각해도 싱그럽습니다.

  작년산행과 똑같은 곳이라 곳곳에 전화와 명함을 준비해두어서 참 편리하게 연락할 수 있었다. 백단사 입구의 한얼 스파월드라는 약수탕에 전화를 했더니 차가 와서 바로 욕탕에서 피로를  조금이나마 씻고 단장을 한 후 태백시 황지동에 있는 태백의 특산인 생고기 전문집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태백역에서 서울행 새마을에 몸을 싣었다. 식당에서 이어진 술판이 계속되어 사모님만 남겨두고 모두 식당칸으로 모여 태백산 정상의 눈꽃, 특히 오궁썰매의 기분을 복귀한다고 정신없었다. 열차 반 칸으로 된 식당 칸이었는데 직장에서 단체로 온 듯한 팀과 나중에는 함께 어울려 마치 개선장군 마냥 즐겁게 술자리가 서울까지 내내 계속되었다. 대학시절 열차여행 후 가장 재미있는 열차여행이었다. 이후에도 만나면 태백산과 그 열차여행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우리는 청량리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에 헤어졌다. 역시 청량리에서 출발한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출처 : 계마회☆계성마라톤
글쓴이 : 도상효6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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