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 공부

갈근 이야기

도화유수 2016. 1. 27. 07:54

 

[갈근 이야기]

깊은 산속에 약초를 캐며 사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한 아이가 군사들에게 쫓기는 것을 보고 아이를 숨겨주었다. 아이는 갈씨(葛氏)집안의 외아들로, 집안이 모함을 당해 가족과 친척을 잃은 상태였다. 아이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가문을 이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인의 곁에 머물면서 함께 한 가지 약초만을 캤다. 그 약초는 열이 나고, 입이 마르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노인은 세상을 떠나고 아이는 청년이 되어 그 약초로 사람들의 병을 고쳤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 덕분에 병이 나은 환자가 약초의 이름을 물었는데, 청년은 잠시 생각하더니 갈근이라고 답했다. 갈씨 가문을 없애려 했지만 자신이 살아남은 것과 같이 생명을 이어나간다는 명근(命根)의 뜻을 합하여 갈근(葛根)이라 지은 것이다.        - 경희해들원 한약국 김경수원장 저서(처방전이 있는 질병치료 약초백과)에서-

<갈근(葛根)>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콩과의 덩굴식물 칡(Pueraria montana var. lobata: Pueraria lobata 로도 표기)의 말린 뿌리 또는 주피를 제거하고 말린 뿌리를 말한다. 이 약재는 맛이 달면서도 매우며, 기운은 평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甘辛平]

갈근은 근육을 풀어주면서 열을 내리는 기전으로 감기·고열·두통·근육통·뒷목의 뻣뻣함 등을 치료한다. 양기(陽氣)를 끌어 올리고 설사를 멈추게 할 때도 쓰인다. 또한 체내의 진액을 보충해주고 갈증을 멎게 하며, 술독(酒毒)을 풀 때도 사용한다. 그외에 이질(痢疾), 고혈압, 심장관련 질환, 당뇨, 암 등에 활용하고 있다. 칡의 생뿌리를 짓찧어 즙을 내어 마시기도 한다. 사상의학에서는 태음인의 약으로 많이 쓰이는 약재이다.

주요 화학성분은 이소플라본의 일종인 puerarin, daidzin 등이다. 암세포에 대한 일부의 연구에서 칡뿌리의 추출물 또는 분말을 처리했을 때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저해하고 유방암 종양의 성장이 감소되는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며 세포 또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제한되고 있다.

칡의 열매는 갈곡(葛穀)이라 하며 만성적인 설사에 효과가 있고, 칡꽃인 갈화(葛花)는 독특한 단맛이 있으며 술독을 풀어 주고 장을 튼튼하게 한다. 칡의 순을 말린 갈용(葛茸)은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데 쓰이기도 한다. 칡가루는 갈분(葛粉)이라고 하며 갈근에 비해 기운이 차가운데, 갈증을 멎게 하고 대소변을 잘 보게 하며 어린이가 열이 나면서 명치끝이 아픈데 쓴다. 외형은 육면체로 잘게 썬 것 또는 판상이며 세로로 자른 것으로 바깥면은 회색이 도는 황색이나 백색이다. 가로로 자른 것은 섬유질이 있는 목부와 전분질이 있는 유조직이 서로 엇갈려서 세로무늬를 이룬다. 세로로 갈라지기 쉬우며 갈라진 면은 섬유가 매우 많다. 전분이 많아 칡국수, 칡냉면, 칡차, 농축액, 엿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덩굴을 이용한 갈포(葛布)는 고급 섬유로 이용되고, 잎은 사료로 사용된다.

갈근의 이명은 계제근(鷄薺根), 녹두(鹿豆), 건갈(乾葛), 감갈(甘葛), 분갈(粉葛), 황근(黃斤) 이라고도 한다. 사슴이 9종의 풀을 먹는데 갈근이 그 중 하나이기에 녹곽근(鹿藿根)이라고 하기도 한다.